Bob Jackson Vigorelli Track (밥 잭슨 비고렐리 트랙) (2008)

Bob Jackson Vigorelli Track (2008)
어떤 목적의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가_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무언가 몰두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필요하던 찰나, 자전거를 타보자고 마음먹었다. 갖고 있던 생활 자전거로 라이딩을 해보니 상쾌함이 남달라 곧장 로드 사이클을 구입해 본격적인 자전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기를 1년, 픽스드 기어 자전거의 군더더기 없는 다양한 모습에 매료되어 금세 푹 빠져버렸다. 독서나 음악감상과 같은 정적인 취미에서 보다 활동적인 자전거 생활을 해보니 체력이 좋아졌고 성격 역시 활발해졌다. 허벅지가 뻐근해 질 정도로 격렬한 라이딩을 즐기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도 소통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 역시 넓어지게 했다.


라이더: 박치성, 주행 거리: 약 3,000km, 주행 환경: 일반도로 및 자전거도로, 관리 부위: 주기적인 체인 테션 및 림 관리, 구매비용: 총 370만원, 사양: 프레임_ Bob Jackson Vigorelli Track (Arrowhead rugset) / 포크_ Bob Jackson / 튜빙_ Reynolds 631 / 크랭크_ Campagnolo Record Pista 49T / 코그_ EAI 15T / 브레이크 세트_ Campagnolo BR-02CH (Chorus Monoplaner) / 페달_ MKS Custom Nuevo / 휠 세트_ Campagnolo Shamal 16-Track Tubular / 핸들바_ Nitto B123AA / 스템_ Nitto Technomic / 시트포스트_ MICHE Supertype / 안장_ San Marco Regal-e Racing / 헤드세트_ Campagnolo 304/104 (C-Record)

눈에 띄는 남다른 컬러 밸런스
자전거를 고르며 가장 고민했던 점_ 몸에 딱 맞는 프레임 사이즈, 그리고 다른 자전거들과 섞여 있어도 쉽게 찾아 낼 수 있는 남다른 컬러 밸런스를 중요시 했다. 시간이 지나도 한결 같은 매력을 지닌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다 보니 크로몰리 프레임과 클래식 부품에 눈길이 갔다. 틈만 나면 관련 정보들을 취합하고 필요 자금을 모으기를 1년, 요구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밥 잭슨 비고렐리 트랙(Bob Jackson Vigorelli Track) 프레임에 반하여 구매를 결정했다.


주문자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Bob Jackson 브랜드의 매력을 꼽자면_ 수제 프레임 브랜드 밥 잭슨의 가장 큰 장점은 주문제작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팔과 다리, 신장 등 신체치수를 종합적으로 측정하여 주문하면 라이더의 몸에 맞는 프레임 제작에 들어간다. 러그세트의 유무, 헤드 튜브, BB 쉘, 드롭아웃 방식과 색 조합을 주문자의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특히 밥 잭슨 비고렐리 트랙 프레임만의 매력을 논하자면 ‘애로우헤드 러그세트(Arrowhead Rugset)’가 단연코 으뜸인데, 러그의 형태와 외곽선을 따라 둘러진 라인이 정말 사랑스럽다.

게다가 톱, 다운, 시트튜브를 채우고 있는 보라 빛의 그라데이션은 단조로움을 달래준다. 더욱이 체인, 시트스테이와, 세미 에어로 타입의 포크에 정성스럽게 칠해진 크롬 도금은 비고렐리(Vigorelli)를 향한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도색은 얇고 깨끗하게 들어갔음에도 표면이 튼튼해서 볼 때마다 흡족하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명성에 대한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편이다. 만든이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러그 세트와 고급 세단을 타는 듯한 주행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자전거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_ 라이딩을 나가면 많은 이들이 애로우헤드 러그 세트의 문양과 캄파뇰로(Campagnolo) 샤말 16 트랙 튜블러(Shamal 16-Track Tubular) 휠 세트의 반짝거림을 가장 부러워하더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작기를 올렸었는데 과분하게도 반응이 좋았다. 그 중 재미있는 표현을 몇 가지 빌리자면, ‘짜증나게 샘난다.’ ‘미안하지만 내가 가져가겠다.’ 등이 있었다. 댓글들을 보면서 얼굴이 살짝궁 붉어지고 설레기까지 했었다.

자전거의 특징 몇 가지_ 승차감은 탱탱한 새 고무공을 마치 맨손으로 반복적으로 던졌다가 잡는 느낌이다. 처음 가보는 길이나 출퇴근 할 때 일반도로 라이딩을 하는데,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전달되는 잔 진동을 프레임이 부드럽게 흡수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가속 반응성은 알루미늄이나 카본 소재의 프레임에 비하여 다소 둔하다 생각되지만, 일정속도 이상에서 묵직하게 유지되는 안정감은 마치 고급 세단을 타는 느낌이다. 한편, 49x15T의 기어비로 인해 언덕을 오를 때면 정신이 아득해지곤 한다. 코그의 이빨 수를 늘려 기어비를 낮추고 좀 더 가볍게 타볼까 고민하고 있다.



소소한 걱정거리 몇 가지가 있어
불만도 없진 않을 것 같다_ 딱히 이렇다 할 불만은 없지만 소소한 걱정거리 몇 가지가 있기는 하다. 튜블러 타이어를 사용해 라이딩시 펑크에 대비하여 꼼꼼한 체크를 한다. 또한 출시 된지 오래 된 휠-세트여서 수명을 걱정해야 하는 애로사항 역시 있다. 프레임은 중고로 구매했기 때문에 밥 잭슨 특유의 커스텀 페인팅과 섬세한 문양을 넣지 못한 것이 좀 아쉬운데, 세월이 지나 색이 바라기 시작하면 재도색할 생각이다.

컴포넌트의 특성은_ 스키딩으로 제동을 해야 하는 픽스드 기어 자전거는 타이어 교체주기가 굉장히 짧아 고급 제품으로 사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높은 공기압의 참 맛을 알고자 선택한 튜블러 방식의 비토리아(Vittoria) 코르사 에보 CX(Corsa Evo CX) 타이어는 아주 찰진 느낌을 선사해주었는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면을 꽉 움켜잡는 느낌이 단연 으뜸이더라. 축축이 젖어있는 곳에서도 과감하게 자전거를 밀어붙여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이니 말이다. 다만, 라텍스 소재로 만들어진 내부 튜브의 특성상 공기를 자주 주입해야 하고, 최고급 품질의 콤파운드를 사용한 만큼 수명이 짧다는 게 못내 아쉽다.



부식 방지와 픽스드 기어의 보편적 관리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관리해왔나_ 픽스드 기어는 라이딩 후 체인 텐션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줄 필요가 있다. 수평 구조의 드롭아웃으로 인해, 스키딩을 하고 나면 지면과의 강한 마찰로 뒷바퀴가 앞으로 조금씩 당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스키딩을 하려면 크랭크를 자전거의 진행방향 반대쪽으로 강한 힘을 가해야 한다. 이때 간혹 체인에 연결된 코그가 풀리면서 크랭크가 헛도는 현상으로 인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례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코그와 락링 점검을 두세 달에 한번씩 하고 있다. 특히나 크로몰리(Cr-Mo) 프레임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양털유와 같은 방청제로 내부 방청을 해주고 있다. 되도록이면 실외 보관은 삼가는 편이며 오랜 기간 자전거를 타지 않을 때에는 제습을 위해 시트포스트를 빼두는 편이다.

혹시 자전거를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_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입문하고 난 뒤 세 번의 모델을 교체 했었으나, 밥 잭슨 비고렐리 트랙 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기에 망설임이 없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 약 1년 동안 심사숙고 하여 그에 걸맞은 부품들을 하나둘씩 내 손으로 직접 조립까지 한 녀석을 교체하고 싶단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삶의 전환기의 동반자
당신에게 이 자전거는 어떤 존재인가_ 녀석을 조립하던 그 시절, 인생을 바꿀만한 크고 작은 이들을 많이 겼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자전거를 직업으로 삼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도 했다. 결국 가치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자전거 업종에 몸을 담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게 됐다. 현재는 자전거 공방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밥 잭슨 비고렐리 트랙은 삶의 전환기를 함께 보내고 있는 동반자라 생각한다.

밴드 ‘산울림’의 김창완 씨는 자전거를 일컬어 ‘낭만적인 기계’ 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전거를 향한 이보다 좋은 애칭이 또 있을까요? ‘로맨틱 밥(Romantic Bob)’ 앞으로도 잘 부탁해! - 박치성



<온로드(onroad) vol.2,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bobjacksoncycles.co.uk/ (Bob Jackson Cy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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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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